도안에 나오는 규칙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뜨개질은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다. 인류의 생활 기술과 문화가 집약된 섬세한 손기술이자, 시대를 관통한 예술이다. 지금은 취미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지만, 뜨개질은 오랜 시간 기능성과 미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기술로 발전해 왔다. 이 글에서는 뜨개질의 기원과, 도안 속 기호 규칙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뜨개질의 기원,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다
현재의 뜨개질과 가장 유사한 형태는 기원후 5세기에서 11세기 사이 중동 지역, 특히 이집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유물로는 11세기경 이집트에서 발견된 발가락 양말이 있으며, 이는 코튼 실로 제작되어 편물 구조상 루프를 연결해 만든 방식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오늘날의 뜨개질과 기본 원리가 같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출처: Richard Rutt, A History of Hand Knitting, 1987
출처: Victoria and Albert Museum, Knitting Collection
중세 유럽과 뜨개질의 확산
뜨개질 기술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거쳐 14세기경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당시 귀족과 성직자 중심의 고급 공예 기술로 자리 잡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장갑이나 제의 장식처럼 종교 의례에 필요한 고급 편물이 뜨개 기술로 제작되었고, 이는 곧 기술의 체계화로 이어졌다.
16세기에는 영국에서 뜨개 직기(knitting frame)가 발명되면서 수공예와 기계 편직이 함께 발전하게 되었고, 뜨개질은 점차 대중적 기술로 자리잡게 된다.
출처: British Museum, Knitting in Early Modern Europe, 2022
도안과 규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초기의 뜨개질은 말로 설명하며 전해졌다. 예를 들어 두 코를 뜨고 한 코를 줄이라는 식의 구두 전달이었다. 하지만 무늬가 복잡해지고 반복 작업의 정확성이 요구되면서, 시각적 기록 방식이 필요해졌다.
19세기 중반 유럽을 중심으로 뜨개질 관련 책과 잡지가 출간되기 시작했고, 이들은 각 코와 무늬를 기호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호에는 겉뜨기를 나타내는 V, 안뜨기를 의미하는 짧은 선, 늘리기를 나타내는 동그라미, 줄이기를 나타내는 사선 등이 포함된다. 이 기호들은 언어를 몰라도 시각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된다.
국제적 표준화의 시도
20세기 이후, 뜨개질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다양한 지역적 기호 체계가 생겼다. 대표적인 분류는 다음과 같다.
영문 패턴은 문장 형태로 작성되며, 일본식 도안은 정교한 기호 차트를 기반으로 한다. 유럽식 도안은 영문과 유사하나 일부 지역적 변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있었지만, 각국 뜨개 협회는 자국 내 통일된 규칙을 발표하며 체계를 정리해 나갔다.
출처: Craft Yarn Council, Standard Symbols, 2024
출처: Japan Handicraft Association, Knitting Symbol Guidebook, 2023
왜 도안 기호는 뜨개질에 중요할까
도안 기호는 뜨개질에서 단순한 약속을 넘어선 언어적 역할을 한다. 패턴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돕고, 국경을 초월한 소통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들어서면서 PDF 도안 판매, 유튜브 영상,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기호 기반의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초보자에게도 반복 학습을 통해 무늬를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실용적 장점이 크다.
결론, 뜨개질은 기술이자 언어다
뜨개질은 실과 바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문화가 담겨 있다. 도안 속 기호는 단순히 무늬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계 공통의 시각 언어이며 문화의 일부다. 뜨개질을 배우는 이라면 기본적인 기법뿐만 아니라 그 규칙들이 왜, 어떻게 생겨났는지 함께 이해할 때 더욱 깊이 있는 손기술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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