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부자, 현실은 이렇다
가끔 내 폰 앨범을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작년에 뜨개질 실 산 사진 옆에는 파이썬 공부 캡처가 있고, 그 밑에는 캐드 도면과 그림 연습 스케치가 있다.
그중 제대로 끝낸 건 하나도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돈 드는 취미 부자”다.
문제는 취미가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거다.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땐 잠깐 설레는데, 조금만 어려워지면
“아, 이건 내 길이 아니네” 하고 바로 손을 놓는다.
그렇게 또 유튜브를 켜고,
“이번엔 이거다!” 하면서 새로운 걸 배우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택배는 오고, 내 통장은 점점 말라간다.
마음 한 편의 좌절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 대체 뭐가 남았지?”
취미는 많은데 실력은 없고,
손재주는 있는데 결과물은 없고,
열정은 있었는데 이젠 의욕만 빠져나간 상태.
그럴 때마다 잘하는 사람들 영상을 보면서
**“저 사람은 타고난 거야”**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그러면서도 속으론 “그래도 나도 언젠간…” 하고 또 검색창을 연다
.
취미부자의 긍정적인 면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취미부자라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더라.
적어도 나는 계속 시도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난 아무것도 몰라서 못하겠다”라고 주저앉을 때,
나는 이미 실을 감아봤고, 코드 몇 줄은 써봤고, 도면도 한두 번 그려봤다.
그 경험이 쓸모없어 보일 뿐이지,
사실은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건 안 맞는지” 정확히 알게 해 줬다.
그게 다 실패가 아니라, 데이터다.
**“나는 완벽히 몰라도 일단 해본 사람”**이라는 사실이 남는다.
속도를 줄이고 기록자로 산다
그래서 이제는 굳이 하나를 골라 끝장을 보겠다고 다짐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된 게 수확이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어설프고, 어중간하고, 돈도 잘 안 벌지만 —
그래도 ‘이것저것 해보는 나’ 덕분에 하루가 지루하지는 않다.
어쩌면 인생도 그런 거 아닐까.
어느 날 내가 뜨개질로 익힌 손끝 감각이 캐드 도면 작업할 때 도움 될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며 배운 색감이 블로그 디자인에 녹아들 수도 있다.
지금은 아무 상관없어 보여도,
언젠간 다 연결될지도 모른다.
오늘도 취미부자로 산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나는 오늘도 새로운 걸 배우는 ‘취미부자’로 산다.
어쩔 수 없지, 이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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